신배섭의세상읽기
아버지의 일기
icon 원적산 전문위원
icon 2016-04-15 10:36:33  |   icon 조회: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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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낀 유리창 너머로

비스듬히 하루가 저문다.

복개천 따라 난 퇴근길은

반질하게 닳아버린 관절을 꺾으며

헐떡이던 숨을 하나 둘 내려놓고

오가는 분주한 푸념들 사이에서

아버지들과 과묵한 술잔을 넘긴다.

선술집 출입문 틈으로

스러지듯 찬바람이 나들고

더 이상 열정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은,

기름기 없는

김치찌개 국물을 넘기며

웃음을 어떻게 웃어야하는지

아득하다.

혼자 큰소리로 핏발 세우며

휘청거린 날들이.




오늘 밤에는

아버지들이 묵혀둔, 용기를

꺼내야 할지도 몰라.





=글, 사진 : 신배섭(문학박사, 시인)
2016-04-15 10: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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