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하루가 저문다.
복개천 따라 난 퇴근길은
반질하게 닳아버린 관절을 꺾으며
헐떡이던 숨을 하나 둘 내려놓고
오가는 분주한 푸념들 사이에서
아버지들과 과묵한 술잔을 넘긴다.
선술집 출입문 틈으로
스러지듯 찬바람이 나들고
더 이상 열정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은,
기름기 없는
김치찌개 국물을 넘기며
웃음을 어떻게 웃어야하는지
아득하다.
혼자 큰소리로 핏발 세우며
휘청거린 날들이.
오늘 밤에는
아버지들이 묵혀둔, 용기를
꺼내야 할지도 몰라.
=글, 사진 : 신배섭(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