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들며 벗어 던진
잎사귀 하나에도
새들이 깃들며 사랑하는 곳.
설봉산에서부터
봄이 가고 겨울이 와도
여래 계곡과 구암 계곡이
두물머리로 모여
중리천을 지나 새다리를 건너
복하천변에 이르면
비로소 긴 숨을 놓는다.
구만리 뜰에 걸린
낮과 밤의 무게로
밑으로 밑으로 흐르는
복하천은
바람 불어도 할퀴지 않고
어깨 곁고 뼈까지 감싸며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아침마다 사람들은
복하천 효양산(孝養山)에서
맑고 고운 해를 품으며
중년이 되거나
꽃처럼 지거나 해도
천변 갈대와 햇빛 속에서
꿈틀거리며 몸을 추스른다.
―여기서는 피라미조차도
댓돌에 신발 풀고 쉬어 간다.
=글, 사진 : 신배섭(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