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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기(氣)가 통하는 녹색국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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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10-06-04 11:47:32  |   icon 조회: 9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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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기(氣)가 통하는 녹색국토의 가치
이덕배
(ledb419@korea.kr)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장
031-290-0211

녹색국토란 토지 위에 동물, 식물, 미생물들이 살아 숨 쉬면서 이들 생물의 삶에 필수적인 공기와 물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하늘과 땅 사이에 천기(天氣)가 통하는 땅을 말한다.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을 쉬면서 형형색색의 자연모습을 간직하는 땅인 것이다. 반면에 회색국토는 흙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여있어서 땅과 하늘 사이에 물도 공기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그야말로 기(氣)가 막힌 땅이다.
오목형(凹形) 국토란 지형적으로 낮은 곳에 위치하면서 논, 물웅덩이, 습지, 댐, 저수지와 같이 움푹한 모양의 국토로서 물의 기(氣)가 넘치는 땅을 말한다. 반면에 볼록형(凸形) 국토란 지형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하면서 도로, 주택, 공장부지와 같이 비가 오면 재빨리 물을 흘러버리는 메마른 땅을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도가 지금보다 1℃ 상승하면 대기의 수분 보유력은 약 7%증가한다고 한다. 대기 중 수증기는 대기압의 차이로 인해 이동을 하면서 찬공기와 만나 빗물과 눈으로 내리며 인류는 이를 이용해서 각종 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증발과 강수가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지구적으로는 가뭄과 홍수의 위험이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뭄과 홍수는 용수부족을 일으켜서 인류의 삶에 필수적인 수자원과 생물자원, 식량자원을 위협하고, 보건위생, 해수면 상승과 같은 재해의 위험성도 심화시킨다.
우리의 국토를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있으면 갑갑한 마음을 주나, 땅에서 자라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이 입혀주는 형형색색의 모습은 보기에도 좋고 여기에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바다와 호수가 곁들여 진다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난 35년간 연강수량도 198㎜나 증가됐는데, 1970년대에 비해서 2000년대에는 여름철 강수량이 1.27배 증가된 반면, 겨울철에는 오히려 10%나 줄어서 여름철에는 홍수피해, 겨울철에는 물 부족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봄까지 강원도 태백, 전남도서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물 부족을 겪었으나 2010년 겨울에는 잦은 강수와 강설로 인해 어느덧 물 부족 문제보다는 일조부족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같은 기상변동으로 인해 물이 풍부할 때면 황삿비니 산성비니 하면서 빗물을 마구 버리다가도 가뭄철에는 생활하수까지도 퍼서 사용하고 있는 시기적으로 이중적 잣대를 갖고 있다. 하늘의 빗물이 우리의 삶에 소중한 수자원임을 깊이 인식하고 평소에 잘 보관하였다가 가뭄철에 꺼내 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표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천과 강과 같이 흐르는 물선(水線)과 저수지, 댐과 같은 집수(集水)형태의 국토관리가 중요하지만, 지하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논과 같이 드넓은 침투수면(浸透水面)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지하수위는 2020년 이후에는 58cm가 낮아지고 지하수 저류량도 43억㎥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오목형 녹색국토인 논 1ha는 연간 2944㎥의 홍수유출을 막고, 연간 3865㎥의 지하수를 함양시킨다. 쌀이 자급되지 않는다면 식량의 대외 의존도는 지금의 73%선 보다 훨씬 높아 질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높푸른 가을하늘에 잘 익는 벼가 출렁이는 황금들판이었다. 이렇듯 빗물을 수확하고 최고의 전통 자연미를 선사해준 우리의 논이 쌀 소비감소와 개발에 눈이 멀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보릿고개를 넘게 해주고, 1997년 IMF위기, 2008년 Agflation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우리의 쌀 산업을 정책과 시민들은 토끼사냥이 끝난 사냥개처럼 버리고 (토사구팽, 兎死狗烹) 있는 것이다.
오목형 녹색국토인 논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농업인의 생계를 보장하는 목적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수자원 부족, 생물종 멸종, 식량부족과 같은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국가적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높푸른 가을하늘과 황금들판’이라는 한국 최고의 전통미(傳統美)를 살려서 관광한국의 명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농업과 환경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기후변화의 위기속에서도 국토 환경을 건전하게 지키고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정책은 물론 국민들이 농경지 지키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2010-06-04 11: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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