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배섭의세상읽기
아버지의 땅
icon 원적산 전문위원
icon 2016-07-05 11:33:37  |   icon 조회: 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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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집들이 산길에서 춤을 추고

봄도 봄이 아니건만, 먼 길에서

풀냄새 맡으며 비상(飛上)한다.

낯익은 걸음도 낯선 걸음도

구석구석 드나들 때

실한 논밭 하나 없는 개배미골은

밤길조차 눈감고 걸었고

기름기 하나 없는 나무들

달빛 같은 옷깃으로도 행복했다.

절망도 당당하게 허리 고추 세우면

하늘도 깨끗한 개배미골, 어릴 적부터

지친 몸 이기며

땅도 없는 땅을 시리도록 갈고

또 갈고 있는 아버지는

내 나이 열두 살

생강나무꽃이 필 때쯤

하늘에 만장(輓章)을 걸었다.



그런 아버지의 흰 머리카락이

나에게도 숨겨져 있어 개배미골에서

나도 몰래 아버지가 되고 또 아버지가 된다.





=글, 사진 : 신배섭(문학박사, 시인)
2016-07-05 11: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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