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지상까지
뿌리만 남기고
물과 흙 다 닳도록
넉넉한 웃음으로
바람이 되고 산이 된다.
가슴
갈기갈기 찢어지도록
둥글게 향기 불태우고
후회 없이
목마른 들판에서
옷을 벗는다.
비구니처럼
파릇한 젖내 가득하게
종소리와 함께
굽은 등줄기 드러내며
밭은 불경소리 속에서
심장에 박힌 대못 뽑아들고
억겁의 윤회를 두른다.
뭉클한 입맞춤으로
뼛속 깊이
휘어지고 갈라진
몸뚱이 다 태우고
바람, 뚝뚝 떨어뜨리며
설봉산 영월암
마당 한 귀퉁이에서
백팔 배 백팔 배하며
천 년 마애불(磨崖佛)이 된다.
*시= 신배섭(문학박사․시인)
*사진= 이규선 <이천뉴스>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