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배섭의세상읽기
초파일 등불을 환하게 밝히며
icon 신배섭 전문위원
icon 2009-05-12 13:32:32  |   icon 조회: 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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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창 '등-부처님 오신날'(종이 위에 수채, 18cm x 40cm)



음력 사월 초파일을 부처의 탄생일이라 하여 ‘불탄일(佛誕日)’ 또는 ‘욕불일(浴佛日)’이라고 한다. 본래는 불가(佛家)에서만 하던 축의행사(祝儀行事)의 일종이었지만, 불교가 차츰 민중 속에 전파되고, 우리의 민속과 동화(同化)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삼국사기》백제와 고구려 본기(本紀)에는 불교의 행사가 세시의 행사로 행해졌다는 기록은 없으나, 신라본기에서는 부처의 탄생일에 팔관회(八關會)를 거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제등(提燈) 행사이다. 제등 행사는 신라 때부터 풍년과 국가발전을 기원하던 예술제 성격의 연등회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예부터 초파일을 여러 날 앞두고 가정이나 절에서는 여러 가지 등을 만든다. 그리고 초파일 저녁이 되면 등에 불을 밝힌다. 그런데 등을 달았을 때 불이 환하게 밝으면 길조로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이 날은 야간의 통행을 허락하여 사람들은 산기슭에 올라가 달아놓은 등을 구경하거나 제등행렬을 하면서 밤새도록 즐겼다고도 한다.


이천시에서는 지난 4월 2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의 기업가와 노동자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노·사·정 간담회를 갖고 경제위기 극복을 다짐하는 노사공동선언문 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초파일을 앞두고 노사정(勞使政)이 한자리에 앉아 대립과 갈등의 관계를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바로 부처의 현신(現身)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생각하면 부처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 바로 부처인 것이다.


부처는 태어나자마자 두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있는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세상에 고통 받는 중생들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정말 세상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편안하고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배섭, 문학박사․시인)
2009-05-12 13: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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