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변산에서 지리산 기슭에서
옥같이 맑은 바람이
하나, 둘 불어오면
작은 허리 꼿꼿이 세우며
곱게 머리 빗고
들꽃으로 일어선다.
실핏줄까지 눈부시도록 하얗게
바위 틈틈이 나무 쨈쨈이
낙엽 사이사이에 앉아
수줍은 얼굴 곱게 내밀며
새순 돋는 너희들은
달빛 없는 밤을
화안하게 밝히는 등불이다.
너희들은
세상 아름다움에
바람처럼 피었다 바람처럼
절로 허리 꺾는
사랑을 암팡지게 퍼부은
시(詩)이다.
=시 : 신배섭(문학박사․시인)
=사진 : <이천뉴스> 이규선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