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배섭의세상읽기
들꽃(시)
icon 신배섭 전문위원
icon 2009-04-13 23:32:05  |   icon 조회: 3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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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눈이 오면 눈이 되고
비가 오면 비가 되어
그늘에 깃들어 살다가
어느 날 불쑥,
산과 들을 빠져나와
골목에서 대문 앞에서
현관에서 거실에서
야무지게 뿌리를 내린다.


삐쩍 말라버린 가슴 하나로
아름다운 공허 속에서
겨우내 갯고동처럼
꿋꿋하게 새봄을 기다리다
이른 봄날
바람의 속삭임으로 꽃을 피운다.


그러다가
투명한 강물이 흐르면 그 위로
물안개 같은 비명을 지르며
하루 종일
세상 곳곳에 벙근 꽃봉오리를
우렁우렁 채워놓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밤이 끊어지고 새벽으로 이어지는
강가에서 바람으로 꿈틀대다가,
강을 건너 논길을 걸어
관고동 개배미 기슭에 앉아
각시붓꽃으로 제비꽃으로
노루귀, 원추리로 향기롭게
싸륵싸륵 피어난다.


=시 : 신배섭(문학박사․시인)
=사진 : <이천뉴스> 이규선 전문위원
2009-04-13 23: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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