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인권과 민주화의 횃불을 들어 이 나라를 밝혔던 김수환 추기경께서 2009년 2월 16일(월) 강남 성모병원에서 선종하셨다. 그의 선종은 종파를 초월해 떠나는 이를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무려 4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추기경께서는 선종 직전 교구청 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수녀와 신부들에게는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나셨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떠나면서 자신의 각막을 기증해 두 명의 환자가 새 빛을 얻게 됐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의 선종은 마지막까지도 우리에게 사랑과 배려의 정신을 유산으로 남겨 주었다. 그가 남긴 이 소중한 유산이 경제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오래도록 남아 있으면 좋겠다. 흔히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면 그가 떠난 자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추기경께서 떠난 지금 국민들은 그가 분명 우리 사회에 큰 그늘이셨으며 단단한 버팀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난 200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동성중․고교 개교 100주년'전에서 추기경은 직접 그린 자화상 '바보야'를 출품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추기경의 그림인 ‘자화상’은 동그란 얼굴에 눈, 코, 입을 대충 단순하게 그린 후에 '바보야'라는 글자를 써넣은 것이 전부다. 노년에 이르러 자신을 '바보'라 칭하다니, 다소 엉뚱하기만 하다. 그러나 추기경은 자신의 그림인 '자화상'에 대해 "내가 잘 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 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니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라고 하셨다고 한다.
어쩌면 추기경처럼 세상에서 바보로 사는 것이 평범한 우리네 삶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앙인들에게는 바보처럼 사는 것이 진정으로 예수와 석가를 닮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올 한 해는 우리 모두 바보가 되어 ‘배려와 나눔’, 그리고 ‘화합과 상생’의 정신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배섭, 문학박사․시인)
모두가 내 탓이요! 라는 생각만 갖고 살았으면~!~~~